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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일반인들의 시각에서 이해하기 쉽도록 서울의대 동문회보에 게재되었던 내용을 수정 축약한 자료로 저작권의 적용을 받습니다.
性의학 해외 연수기
강동우 / 강동우 성의학 클리닉 연구소
킨제이 性 연구소
2003년 봄, 저는 1년여의 힘든 싸움을 마감하고 킨제이 연구소로 날아가는 비행기에 몸을 실을 수 있었습니다. 실은 ‘싸움’이라 표현하는 이유가 킨제이 연구소의 fellowship을 얻기 까지 참으로 힘든 좌절과 기다림의 세월을 보내야했기 때문입니다. 성기능장애를 제대로 보는 전문가가 되고 싶다는 저의 꿈은 훨씬 오래된 것이었지만, 마땅한 정보도 없이 몇몇 서적으로 독학했던 저로서는 제일 괜찮은 곳, 그 분야에서 제일 훌륭한 스승을 만날 수 있는 곳, 성과학계의 메카라고 불리는 킨제이 성 연구소를 저의 미래로 무작정 정해버렸던 일은 지금 돌이켜보면 참으로 허무맹랑하기 그지 없습니다. 외국의 저명한 성의학자도 쉽게 얻어내지 못한다는 킨제이 연구소의 fellowship을 받아내겠다는 야심(?)은 그야말로 계란으로 바위치기였던 셈입니다.
저의 비관론은 딱 들어맞았고, 킨제이 연구소로부터 첫 소식은 불가능하다는 한마디 뿐이었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킨제이 보고서가 나온지 50여년. 그 보고서를 필두로 성과학의 연구분야에 있어 수많은 성과를 보태 킨제이 연구소는 여전히 성과학 분야의 선두주자로 굴림하고 있지만, 성을 다루는 탓에 수많은 보수단체로부터 해마다 뭇매를 맞다시피해서 킨제이 연구소는 객(客)에게 참으로 소극적이며 보수적입니다. 그 냉랭한 첫 반응부터 1년의 시간 동안 저는 여러 각도에서 한국의 성문화와 성의학의 수준, 개인적인 저의 생각과 제대로된 성의학의 필요성을 킨제이 연구소장에게 지겨우리 만큼 언급하고 자료를 보냈습니다..... 결국에는 ‘용감한’동양 의사라는 소리를 들으며 연구소의 심의회를 통과하게 됐습니다.
저의 성의학 분야 첫번째 스승, 킨제이 연구소장이었던 영국인 정신과 의사 Bancroft박사는 그렇게 인연을 맺게 됐습니다. 그는 성기능장애에서 정신과 치료와 호르몬 치료의 일인자로 세계성의학연구학회(IASR)등의 학회장과 200여편의 연구논문, 그리고 각종 학회지의 편집자를 두루 역임한 분입니다. 영국인이라는 점, 그리고 fellowship을 승인받기까지 1년의 시간동안 그가 보여줬던 냉정함을 익히 경험한 저로서는 사실 학문적인 내용 이외 큰 기대를 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그렇게 냉정했던 66세의 그가 저를 마지막 제자로 생각했던 탓인지(그는 10년의 연구소장 기간중 정확히 1년을 남겨두고 있었지요.) 연구소의 첫날부터 많은 애정을 보여줬습니다. 다른 연구원 (그들은 미국의 대학 강사나 교수들이었지요.)들은 대부분 연구실을 함께 썼지만, 저에게는 독립된 연구실을 내주었고, 환자의 진료시와 연구소의 모든 연구 프로젝트를 다 오픈해 주는 것이 아닙니까. 실은 이 때문에 편애한다는 연구원들의 불평도 있었지만…. 또한, 스승도 영국에서 처음 건너올 때를 생각했던지 당신이 쓰던 소파를 이웃주민의 트럭을 빌려 보내주고 차를 사는 것부터 가재도구 장만까지 어디가 싸고 좋은지 일일이 챙겨주어서 가재도구 하나 없이 시작한 연수생활은 그리 힘들지 않았습니다. 무엇보다 당신의 임상경험과 연구 내용, 성의학의 최신지견을 아무런 대가도 없이 세세히 일러주던 그의 정성을 여전히 감사하고 있습니다. 저는 그의 진료실과 연구실을 마음껏 드나들었고, 매주 2시간씩 별도의 clinical discussion을 했지만 시간안에 논의가 끝나지 않을 때는 당신의 집으로 우리를 불러 훑어주신 적도 있었으니 저는 참으로 복이 많은 사람인 셈입니다.
스승으로부터 성기능장애의 성치료, Psychotherapy, 호르몬치료, 동성애/트랜스젠더의 치료를 아내인 동문 백혜경 선생과 함께 수학했습니다. 또한, 그의 배려로 북미 비뇨기과 학회장 등을 역임한 Mulcahy박사로부터 비뇨기과 분야를 동시에 전수받은 것은 커다란 행운이었습니다.
Mulcahy박사는 한국에도 강의차 몇 번을 다녀갔던 성기능장애의 비뇨기과 분야 대가이신데, 이 분과 Bancroft박사의 친분관계는 소위 지금 성의학계의 화두인 ‘Multi-disciplinary approach’의 개념을 그대로 옮겨놓은 것과 같습니다. 즉, 다른 질환도 제법 그렇겠지만, 성기능장애는 심리적인 원인과 기질적인 원인을 따로 분리하기 힘들고, 그래서 접근방식도 성기능과 관련된 정신과/비뇨기과/산부인과/내분비내과의 통합적인 지식과 의료체계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그들이 잘 알고 있었던 탓입니다. 어찌 보면 비뇨기과 의사의 입장에서는 아시아에서 온 젊은 정신과 의사가 불편했을 수도 있는데, Mulcahy박사는 1년동안 매주 수요일의 진료를 저희에게 할애했고, 늘 점심식사를 함께하며 노승으로서의 많은 경험과 유머를 보여주셨던 분이셨습니다.
킨제이 여성 보고서 50주년
인간의 성생활을 통계적으로 연구한 킨제이 성 보고서라는 파격적인 일이 벌어지기엔 킨제이 연구소는 어찌 보면 맞지 않는 환경에 있습니다. 미국이라는 커다란 대륙은 주로 동서부 해안지역이 진보적인 성향임에 반해 내륙지방은 상대적으로 보수적인 경향이 강합니다. 그 중에서도 킨제이 연구소가 위치한 인디애나주는 미국 대륙의 한가운데로 보수적인 성향이 더욱 심한데, 일례로 고속도로의 속도제한이 다른 주에 비해 10마일이나 낮다는 점이 이를 시사합니다. 이러한 문화적 한계를 딛고 킨제이 박사가 48년에 남성 성 보고서, 53년에 여성 성 보고서를 냈던 것은 일종의 reaction formation으로 해석할 수 있겠습니다.
저희가 연수생활을 했던 2003년은 바로 여성 성보고서가 나온지 50주년이 되는 해여서, 이를 기념해 성의학 관련 국제학회중 4개의 학회가 킨제이 연구소 주최로 열렸었습니다. 덕분에 저희는 가만히 안방에 앉아 해당분야의 석학들을 만날 수 있었지요. 이외에도 학문적으로 가장 감회가 컸던 일은 NIH의 기금으로 개최된 연구모임이 있었는데, 킨제이 연구소 측이 엄선한 성의학 분야 세계의 석학 30명이 3일간의 열띤 토의를 하는 자리였습니다. 저희는 스승의 배려로 observer의 자격으로 참석했는데, 이 때 경험했던 성의학계의 최신지견은 참으로 소중했던 기억으로 남아있습니다.
사실 킨제이 연구소에서 보낸 1년의 fellowship동안 킨제이 연구소의 탄탄한 조직체계 덕분에 저희는 분에 넘치는 도움을 받았습니다. 어찌 보면 짧은 1년의 기간동안 저와 백선생은 킨제이 연구소의 연구원들이 인디애나 대학의 교수를 겸직했던 까닭에 그들의 의학, 사회학, 심리학, 여성학, 생리학 등 성과 관련된 다양한 강의에 부지런히 청강을 하다보니 마치 대학생 캠퍼스 커플로 돌아간 기분이었습니다. 나름대로 성이라는 분야가 단순히 의학적으로만 접근할 수 없는 영역도 있기 때문에 대학강의를 통해 들었던 다양한 분야의 성지식도 저희의 시각을 넓히는데 많은 도움이 된 것 같습니다. 또한, 킨제이 연구소에는 세계에서 가장 규모가 큰 성의학 전문 도서관이 있는데, 저희가 자료를 원하면 언제든지 구해주던 도서관의 충실한 모습을 보면서 왜 킨제이 연구소가 50년의 역사를 버텨왔는지 피부로 느낄 수 있었고, 저희는 도서관장 부부와 깊은 친분을 지금까지 이어오고 있답니다.
무엇보다 성의학을 배우고 환자를 접하면서 저희가 절실히 느꼈던 바는 성기능장애를 제대로 다루기 위해서는 정신과 영역이외에도 다양한 임상경험이 필요하고, 부부 한 쪽의 성기능장애가 부부간의 갈등을 유발하며, 역으로 부부갈등이 성기능장애를 유발하거나 악화시킨다는 사실이었습니다. 그래서 저희는 1년의 킨제이 연구소 생활을 마무리하던 시점에 맞춰 보스턴으로 새로운 길을 떠나게 되었습니다.
보스턴 으로..
시카고에 인접한 인디애나 주에서 동부의 역사 도시 보스턴까지 1200마일. 세상 물정 모르고 한국의 포장이사 시스템을 떠올렸던 저는 미국 이사업체에 의뢰했다가 정말 깜짝 놀라고 말았습니다. 이상비용이 무려 10000불. 아무리 거리가 멀다고 해도 상상할 수 없는 비용에 저희들은 U-haul이란 미국 이사문화에 의존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어찌 하다보니 불어난 가재도구와 가구, 스승이 주신 소파까지 옮기려다보니 26feet짜리 제일 큰 트럭이 필요했고, 그 뒤에 승용차를 운반할 트레일러(dolly)까지 덧붙이니 미국 고속도로에서나 볼 수 있는 콘네이터 트레일러 만큼 길어져버린 것입니다. 하지만, 트럭 렌탈비용이 1200불, 기름값이 600불 남짓 들었으니 미국에서 인건비가 차지하는 몫이 어떤 것인지 절실히 느낄 수 있었던 기회였지요. 킨제이 동료들과 그곳에서 친분을 맺은 동포들이 이사에 많은 도움을 주었고, 저희는 킨제이 연구소의 모든 멤버들과 기념사진을 찍고 아쉬운 포옹을 끝으로 킨제이를 떠나게 되었습니다. 실은 저희의 일정탓에 스승의 은퇴식을 이틀 앞둔 날 떠나게 되었는데, 당시 연구소는 참으로 슬픈 기운이 감돌았습니다. 후일담에 따르면 스승의 은퇴식에 많은 사람들이 눈물을 쏟았다고 합니다. 그도 그럴 것이 멀리서 보면 미국인들의 인간관계가 다소 거리가 있는 듯 보이지만, 사실 한 울타리 안에서는 왠만한 대가족 이상의 친밀한 관계를 유지한다는 것이 참으로 인상적이었고 그러한 느낌은 보스턴에서도 마찬가지 였습니다. 보스턴으로 향하는 3박 4일의 여정의 첫날에 그 큰 U-haul트럭을 몰며 진땀 꽤나 흘렸던 기억, 그래도 도중에 볼 건 봐야한다며 들렀던 나이아가라 폭포, 낯선 모텔 주차장에 세워둔 살림살이가 없어질까 불안해서 잠을 설쳤던 기억은 돌이켜보면 참으로 즐거운 추억으로 남아있습니다.
동부의 역사도시 보스턴에서 저는 1년동안 비뇨기과의 스승을 모셨습니다. 보스턴의대 성의학 연구소의 수장이신 Goldstein박사는 닥터 비아그라로 알려진 분으로 비뇨기과 주축의 성의학계에서는 둘째 가라면 서러워할 인물이고, J of Sexual Medicine의 책임 editor이자, 행정력이 아주 탁월한 분입니다. 특히 비뇨기과 의사로서는 드물게도 성기능장애의 심리적 문제와 정신과적 접근의 필요성도 잘 아는 분입니다. 그의 클리닉이 비뇨기과/산부인과 클리닉 임에도 불구하고, 성기능장애 초진환자가 오면 늘 심리적 평가를 먼저 받도록 하고 있지요. 제가 연수했던 2004년에는 처음으로 비뇨기과외의 fellow를 받도록 개념을 넓혀서 정신과 분야에서는 제가, 성호르몬을 중심으로한 내분비내과의 fellow도 함께 일하게되어 앞서 언급한 성의학의 multi-disciplinary approach를 제대로 시도한 곳이기도 합니다. 저희 나라보다 refer시스템이 더욱 체계적인 미국이라 할지라도 성기능장애 환자가 해당 문제를 두루 살피려면 각 분야의 담당의사를 찾아나서야 하는데, 진료실 한 곳에서 비뇨기과, 산부인과, 정신과, 내분비내과 의사가 팀으로 환자를 보게되니 그 therapeutic efficacy가 배가되는 것은 당연했습니다. 당시 백선생은 커플․가족치료 분야의 Grunebaum박사가 이끄는 하버드대 캠버리지 병원 커플치료센터에서 성기능장애와 관련된 커플치료를 수학하게 되었는데, 저희가 양쪽 클리닉의 환자들을 주고받으며 치료했던 경험도 참으로 즐거운 일이었습니다.
Goldstein박사의 비뇨기과 클리닉에는 ‘Sexuality & Disability’저널의 editor인 Dr. Ducharme박사도 함께 일하는데, 앞서 언급한 대로 초진환자를 그가 먼저 평가합니다. 워낙 성격이 좋은 프랑스계의 Ducharme박사는 저를 co-therapist로 하여 성치료를 함께 했는데, 저는 이 분의 친절함과 관대함에 감동하여 지금까지 ‘Uncle’로 부르고 있습니다.
하지만 fellow를 시작할 시점에 난관도 있었습니다. 저는 성기능장애에 대해 연구도 중요했지만 임상경험을 더 많이 얻고 싶어서 하루종일 연구실에만 앉아있고 싶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보스턴의대 성의학 연구소에는 세계 곳곳에서 단기 또는 장기 연수를 많이 와서, 처음에는 저에게 다른 연수자격의 의사들과 형평성을 고려하여 1주일에 두번만 클리닉에 나오고 나머지 날은 병원의 다른 건물에 있는 연구실을 사용하라는 권고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만큼 환자를 접할 기회가 줄어들 까 두려웠던 저는 새로 온 내분비내과 fellow(독일출신의 똑똑한 여의사였지요.)를 설득하여 Goldstein박사의 진료실 바로 옆 부진료실을 공동연구실로 고집했었습니다. fellow동료와 요일을 나눌 것이 아니라 각자 양보해서 연구실과 모든 기회를 공유하기로 한 것이지요. 아시다시피 미국이라는 문화가 필요한 게 있어도 요구하지 않으면 관심을 주지 않지 않습니까? 사실 스승의 진료실 바로 옆방에 앉아 공부와 연구를 하다가 언제 나타날 지 모르는 특이한 케이스의 환자를 즉각 볼 수 있는 편리함은 제가 상상했던 것보다 훨씬 대단했습니다. Goldstein 박사는 조금이라도 흥미로운 환자가 있으면 옆방에 있는 저희들의 이름을 불렀고(성격이 급해서 전화보다는 크게 고함을 질렀지요) 저희들은 각 분야의 지식을 보탤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미국이란 시스템이 워낙 느려서 진료실로 쓰던 방을 당장 연구실로 개조해주지 않으니 컴퓨터와 책상이 부족했습니다. 어쩔 수 없이 제가 하나뿐인 책상을 양보하고, 집에 있던 피크닉 테이블을 가져와 환자베드용 시트를 깔아 책상을 대신했습니다. 그런 만용과 일종의 시위가 그들을 움직였고 결국엔 병원측에서 3명까지 앉을 수 있는 멋진 책상을 직접 제작해주던 날에는 참으로 기뻤었습니다. 급조된 연구실에서 저는 내분비내과 출신의 동료와 서로 다른 분야의 지식을 주고받을 수 있었습니다. 이 친구의 언니가 정신분석학자 였기에 내분비내과 의사임에도 불구하고 정신분석적 마인드가 대단해서 즐거웠고, 이 친구를 통해 호르몬치료를 더욱 세밀히 접할 수 있었습니다. 그 연구실에서 보스턴의 스승과 동료와 3편의 연구논문을 함께 했고, 매일 환자를 볼 수 있었고, Goldstein박사가 편저한 최초의 여성 성기능장애 의학 교과서에 한 chapter를 쓰게 되었습니다. 이는 저의 능력이라기보다, 성기능장애에 대해 각 임상과를 두루 경험한 독특한 경력을 긍정적으로 평가받았기 때문이라 여기고 있습니다. 당장은 아니지만, 성의학계에서는 언젠가 새로운 department로 성의학이 독립해야하는 것이라 믿고 있는데, 그렇게 되면 트레이닝이 정신과,비뇨기과,산부인과,내분비내과를 핵심으로 이뤄져야한다고 성의학자들은 기대하고 있습니다.
아울러 보스턴 정신분석학교의 Freeman박사로부터 60 session의 개인 정신치료를 받았습니다. 실은 성의학자로서 지식확대를 위한 교육목적이었지만, 돌이켜 생각해보면 저의 문제에 대해 ‘교육’이라기보다 훌륭한 ‘치료’가 되었던 것 같습니다. 그의 개인 진료실은 보스턴의 한적한 주택가에 있는데, 그를 방문할 때마다 보았던 진료실 창가의 램프는 어떤 희망을 준 것 같습니다. 지금도 저의 책상 위에는 그 불빛을 찍어놓은 사진을 놓아두고 있는데, 저에게 훌륭한 consistency를 주고 있습니다.
성기능장애의 미래
킨제이에서 1년, 보스턴에서1년 3개월의 연수생활을 마감하고 한국으로 돌아왔습니다. 세계 성의학의 수준에 비추어 한국의 성의학은 여전히 걸음마 단계입니다. 고민끝에 저희들은 2005년 12월 1일, 강남구 신사동에 조그만 연구소와 클리닉을 열게 되었습니다.
1990년대 후반 ‘비아그라’로 통칭되는 PDE5 inhibitor의 출현이후 성의학은 과거 수십년의 진보를 능가하는 괄목할 성장을 이뤘습니다. 발기부전제로 통칭되는 약물의 출현은 성기능장애에 대한 대중적인 관심과 수요를 획기적으로 끌어올렸을 뿐 아니라, 연구나 치료분야에서 다방면의 진보를 촉진시켰습니다. 세계 성의학계는 성기능장애에 관련된 임상분야인 정신과/비뇨기과/산부인과/내분비내과 등의 임상경험과 지식을 통합적으로 접근하는 추세입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유독 수술에만 매달리고, 성기능에 칼을 대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만, 성기능장애는 성기 장애와 다르며, 성기능장애의 수술적인 접근은 어떤 저명한 성 클리닉에서도 우선 시도되는 것이 아닙니다. 다른 치료법이 효과가 없을 때 마지막에 어쩔 수 없이 시도해보는 것이며, 그 이유는 치료효과보다 부작용이나 합병증의 위험율이 그만큼 높기 때문이며, 실제 성기능에서 해부학적인 구조변화가 실제 성기능에 크게 효율적이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또한, 성기능장애의 원인중 절반이상을 차지하는 심인성 문제에 대해서는 한국은 제대로 접근조차 되지 못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심인성 문제는 '마음만 편히 가지면 된다'는 말로 환자의 문제를 풀 수 없으며, 그 정도의 문제라면 심인성 성기능장애로 환자가 병원을 찾거나 힘들어 하지 않습니다. 실제로 한국의 임상현실에서 심인성 성기능장애나 기타 정신과 관련 문제가 포착되더라도 이를 체계적으로 연계해줄 만한 정신과의 성기능장애 전문인력과 지식․ 시설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타과의 불평이 많고 이런 사실이 너무나 안타깝습니다.
아무리 기질적인 원인이 밝혀져 왔다 한들 성기능장애는 그 상당부분을 차지하는 심인성 문제, 우울증 등 정신과 질환에 따른 성기능장애, 정신과 약물치료에 따른 성기능장애 등 정신과 영역은 여전히 건재하고 있다는 사실도 강조하고 싶습니다. 또한, 타과에서 열을 올리는 상당한 약물치료가 바로 신경전달물질에 근거를 두고 있지요. 또한 기존의 고전적 정신과 치료법 외에도 Neurochemistry/CBT/Couple & Family therapy 등 다양한 치료법이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할 것입니다.
한국에서도 90년대 후반이후 폭발적으로 늘어가는 성기능장애의 치료수요를 두고, 성기능장애에 대해 각 분야가 제 역할과 위치를 찾는 것이 성기능장애 환자들에 대한 전문가의 사명이라 생각되며 간단한 치료로 개선가능한 환자를 엉뚱한 수술로 내몰지 않을 것입니다.
앞으로 성의학의 저변확대를 위해 노력해보고 싶습니다. 진료실에서 성기능 문제나 부부의 문제와 관련한 의문이 있으시면 언제든지 저희를 불러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동문 여러분의 관심과 매서운 충고를 바라옵니다. 여러분께 행복과 건강이 가득하길 기원드립니다.
강동우 배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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