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임지의 표지인물이 된 킨제이 박사


“다윈의 진화론 이래 이보다 더 충격적인 과학서는 없었다.”(뉴스위크) 1948년 미국의 알프레드 C 킨제이 박사는 10년 동안 9000명의 남성을 상대로 성행위에 대해 인터뷰한 결과를 분석, ‘인간 남성의 성적 행동’ 보고서를 냈다.
이른바 최초의 킨제이 보고서다. 그는 1953년 9000명의 여성을 조사한 ‘인간 여성의 성적 행동’ 보고서도 내놓았다.
이로써 아담과 이브의 국부를 가린 나뭇잎을 킨제이가 떼어 버렸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후 성의학은 떳떳하게 과학의 반열로 올라섰다.

 
정신분석학자 프로이트


사실 인간의 성을 처음 탐구하기 시작한 것은 빅토리아 시대의 막바지에 등장했던 정신분석학자 프로이트로부터 시작되었다.
그는 성과 관련된 심리적 영향에 대해 상당히 의미있는 지식을 제공했다.
하지만, 이는 한사람의 천재로부터 시작된 가설로서 이러한 가설이 실제 과학적인 사실로 입증되기 위해서는 통계적 접근이 절실했다.

 
킨제이 남성, 여성 보고서


지금으로부터 60여년전, 하버드 출신으로 동물의 통계분류학 분야에서 명성을 쌓아가던 킨제이 박사는 인간의 성에 대한 자료가 너무나 부실하고 체계적이지 못함을 깨닫고 이의 연구에 뛰어들게 되었다.

1940년대까지 인간의 성에 대한 학문적 견해는 의학적 견지가 주류였으나, 그 의학적 견지라는 것조차 부족한 정보에 근거를 둔 것이라 오늘날 시각에서 보자면 비과학적이며 오류를 가진 가설에 불과한 경우가 많았다.

쉽게 말해 이 가설을 합리적으로 증명하기 위해서는 ‘규준(norm)’, 즉, 성에 대한 평균치가 필요한데 이를 킨제이 박사가 통계분류학적 조사로 이뤄내고 그 규준을 바탕으로 성을 과학적으로 해석하기 시작한 것이다.

 
2004년 당시 킨제이 연구소
연구원과 본원 의료진 강동우, 백혜경

킨제이 박사와 그 연구원들은 1938년에 시작해 1948년 남성 보고서, 1953년 여성 보고서를 내기까지 15년간 무려 18,000명을 각각 한시간동안 직접 설문조사하여 통계연구를 하고 결론을 도출해냈다.
이후 인간의 성은 다양한 성의학자를 거치면서 엄청난 속도로 발전했다. 킨제이 연구소는 킨제이 박사의 탁월한 업적과 지난 50여년간 후임 연구자들의 뛰어난 연구성과가 지속되고 확대되어 현재까지 타의추종을 불허하는 ‘성과학 연구의 메카’로 자리잡고 있다.

흔히 우리 한국인들이 ‘킨제이 보고서’라는 단어로 연상하는 것에는 뚜렷한 공통분모가 있다.
이는 ‘선정성’에 기대어 독자의 눈과 귀를 마비시킨 언론의 탓이 크다.
이를 테면 ‘자위는 어떻게 얼마나 하시나요?, 바람핍니까?’ 등 민망한 성적 질문을 던지고 그 빈도를 제시해서, 독자의 관음증을 충족시켜주는 식의 선정적 기사에서 ‘킨제이 보고서’를 운운하는 경우가 허다했던 것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킨제이 보고서를 기억하는 상당수는 그 이름만 들어도 뭔가 야한 내용을 기대하는 습관이 몸에 밴 것이다.
한국 뿐만 아니라 전세계를 통틀어서 ‘킨제이(정확한 발음은 ‘Kinsey-킨지’가 옳지만, 한국 독자의 편의를 위해 한국식으로 부르기로 하겠다)’만큼 성과 관련해 쉽게 연상되는 고유명사가 또 있을까?
그래서, ‘킨제이’라는 이름은 이미 어지간한 사람들의 뇌리에 성적 호기심을 유발하는 단어로 조건화되어 버린 셈이다.
오늘도 50년전의 킨제이 보고서에 빗대 성과 관련돼 남들이 어떤지 관음적인 경향을 가진 언론기사가 한국에는 주류를 이룬다.
하지만, 킨제이 연구소는 성과 관련돼 단순한 통계조사기관이 아니다. 그것은 50여년의 전의 시작이었을 뿐, 그 오랜 시간동안 킨제이 연구소는 인간의 성건강을 위한 과학적인 연구에 매진해왔다.
킨제이 연구소의 수많은 연구는 지금도 성과 관련된 의학, 사회학, 심리학, 문화인류학 등 다양한 방면에서 지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