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동의, 백혜경 | 제57호 | 20080413 입력
성행위가 끝나자마자 돌아누워 담배를 꺼내 드는 남편, 몸에 나쁜 병균이라도 묻은 듯 욕실로 달려가 샤워기를 틀어대는 아내, 언제 그랬느냐는 듯 침대 가운데 휴전선을 긋고 절대 넘어가지 않는 부부….
다들 성생활에 전희(前戱)가 중요하다고 강조하면서 성행위가 끝난 후 10분의 중요성에 대해선 너무 간과하고 있다. 전희가 성행위의 준비운동이라면 후희(後戱)는 격렬한 운동 뒤 필수적인 마무리 숨 고르기에 해당된다는 점을 모르는 것이다.
이 10여 분 동안 고조되었던 심혈관과 자율신경계의 항진은 다시 제자리를 찾는다. 격렬한 성행위 중에는 말초 자극과 그에 따른 육체적 쾌감이 주가 된다면, 성행위 직후 흥분 반응이 내려오는 시간엔 정서적 교감의 비중이 커진다.
성 흥분의 해소기에 남녀의 몸에선 옥시토신이란 호르몬의 혈중농도가 평소보다 훨씬 높아진다. ‘친밀감 호르몬’ ‘애착 호르몬’으로도 불리는 이 옥시토신은 여성의 상승률이 더 크다. 이 때문에 여성은 남성에게 더 애착감을 느끼고 잠시라도 안기고 싶어 한다. 그런데 이를 무시해버리면 성적 만족도는 급격히 떨어진다. 반면 오랜 성생활을 통해 옥시토신에 반복 노출되면 애착감이 커져 두 사람의 관계가 더 공고해진다. 출산이나 수유 시 옥시토신이 급격히 분비되면서 엄마가 아기에게 강한 애정을 느끼게 되는 것도 같은 원리다.
후희는 성적 만족감과 상호 애착감이라는 정서적 교류를 강화하는 기회로 볼 수 있다. 매력적인 낯선 상대와의 격렬한 성행위에서 강한 성적 흥분을 느꼈지만 이후 공허감이 따라오더라는 얘기를 간혹 듣는다. 이는 부부 사이에 가능한 정서적 교류와 친밀감의 마무리 느낌이 없기 때문이다.
후희라고 해서 거창한 자극을 생각하는 건 잘못이다. 후희는 상대의 흥분을 최대한 자극해야 하는 전희와 다르다. 그냥 가볍게 상대를 안아주거나, 서로 머릿결 또는 몸을 쓰다듬거나, 편안히 대화를 나누는 정도면 족하다. 그런데 대부분의 사람은 성행위 후 어찌 보면 짧은 10여 분 동안 담배를 피우고 이부자리를 정리하고 샤워를 하고 부산을 떤다.
일반적으로 불쾌지수가 높은 여름날이 아니면 성행위 후 서로의 숨결과 체온을 느끼며 그대로 수면에 드는 것이 더 부드러운 연착륙이 될 수 있다.
정상적인 부부라 하더라도 동시에 오르가슴을 느끼는 경우는 25%, 즉 네 번의 성행위 가운데 한 번에 불과하다. 나머지는 남편은 오르가슴을 느끼는데 아내는 도달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뭇 남성은 아내의 오르가슴 여부에만 집착해 ‘좋았냐, 느꼈느냐’ 묻기만 하고 그렇지 못할 경우 스스로 속상해하거나 나 몰라라 한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오르가슴 여부를 떠나 아내의 성 흥분이 부드럽게 연착륙하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그래야 성행위 후 불쾌감이 생기지 않는다. 뜨겁게 달아오른 유리잔을 갑자기 찬물에 집어넣으면 깨진다는 쉬운 이치를 침대에서도 잊지 말자.
강동우·백혜경 성의학 전문가
서울대 의대 출신 전문의(醫) 부부. 한국인 의사 최초로 미국 킨제이 성 연구소와 보스턴·하버드 의대에서 정신과·비뇨기과·산부인과 등 성(性) 관련 분야를 두루 연수, 통합적인 성의학 클리닉·연구소를 운영하고 있다. 강 박사는 2005년 국제학회에서 발간한 여성 성의학 교과서의 공동집필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