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대장금’ 중에 성의학자의 눈에 띄는 장면이 있었다.
‘앵혈’이라는 꾀꼬리 피를 어린 소녀의 팔에 떨어뜨려 묻으면 처녀, 묻지 않으면 처녀가 아니라고 판별하는 궁녀 선발 과정이다. 이는 중세 마녀사냥이 한창 기승을 부릴 때 마녀로 의심받는 여성을 물에 빠뜨려 떠오르면 마녀, 떠오르지 않으면 마녀가 아니라고 했던 마녀 감별법만큼이나 비과학적이다. 그런데 21세기에도 첫 성행위 시 출혈이 없다고 처녀가 아니라는 식의 오해로 상처받는 남녀가 있으니 안타까울 뿐이다.
대개 여성이 처녀성에 집착하는 것은 남성의 기대 탓이 크다. 남성이 숫처녀를 선호하는 데는 생물학적 전략이 뿌리 깊다. 인간 남성을 비롯한 대부분의 수컷은 자신의 유전자를 더 많은 암컷에 더 효과적으로 퍼뜨리길 원한다. 이 때문에 자신은 여럿 암컷과 관계해 유전자를 뿌리지만, 자신의 유전자를 받은 상대가 여러 파트너와 성관계를 하는 것은 바라지 않는다.
혼전 순결이나 처녀성을 협박에 가까울 만큼 집착·요구하는 남성의 이면에는 여성이 성적으로 능동적이고 적극적으로 변할까 두려워하는 불안도 깔려 있다. 처녀성이나 어린 여성에 집착하는 남성은 다른 남성과의 비교를 두려워하고 열등감이 내재된 경우도 꽤 있다. 반면 처녀막에 대한 부담은 여성에게 성행위에 두려움을 갖게 하고, 심한 경우 삽입 자체가 불가능한 질경련증이나 성흥분이 차단되는 등의 성기능장애를 초래하기도 한다.
그러나 처녀막은 실제로는 그야말로 별것 아닌, 질과 소음순의 경계선에 위치한 미세 연부조직일 뿐이다. 흔히 처녀막이 질 입구를 ‘막고 있다’고 여기지만, 이런 ‘막’의 형태는 오히려 기형으로 분류될 만큼 드물다. 대개 중간이 뻥 뚫린, 텅 빈 대나무의 마디처럼 질이라는 통로 중 약간 볼록한 마디의 형태다. 이 마디가 두꺼우면 출혈이 있거나 심지어 여러 번 반복될 수도 있고, 그 마디가 가늘다면 전혀 출혈이 없을 수도 있다. 또한 첫 시도 시엔 심한 통증 때문에 남녀 모두 깊은 삽입을 주저하다 보니 출혈이 없는 경우도 적지 않다. 꽤나 많은 성행위 후에야 출혈이 되기도 한다. 숫처녀라 해도 첫 성행위에 출혈할 확률은 50% 안팎이며, 운동 등으로 처녀막이 저절로 사라진 경우도 많다.
두더지도 사람처럼 처녀막이 있다고 한다. 암컷 두더지가 처녀막이 없다고 해서 이를 문제 삼아 두더지 커플 간에 갈등이 있는지는 명확하지 않다. 그저 생물학적으로 땅속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는 생활습성상 흙이 질 내로 들어가는 것을 막아 주는 역할 정도로 여겨진다. 그런데 신기한 것은 두더지는 성관계를 가져도 처녀막이 세 번 정도까지 재생된다고 한다.
요즘, 사람임에도 불구하고 두더지처럼 처녀막이 다시 재생되는 경우가 있는 모양이다. 결혼을 앞둔 여성이 혼전 성행위로 사라진 처녀막을 인위적으로 만들어 달라는 요청과 그에 부응하는 광고는 여전하다. 새로 시작하는 가정의 평화를 위해서라는 속 깊은 뜻을 비난할 수는 없으나 그렇게까지 해야 하는 현실이 좀 처량하고 씁쓸하다. 함께하지 않았던 과거까지 들춰 내는 것은 현재의 행복을 외면하는 한심한 일이다. 그보다는 현재 서로가 얼마나 사랑하고 신뢰하는지가 중요할 뿐이다.
서울대 의대 출신 전문의(醫) 부부. 한국인 의사 최초로 미국 킨제이 성 연구소와 보스턴·하버드 의대에서 정신과·비뇨기과·산부인과 등 성(性) 관련 분야를 두루 연수, 통합적인 성의학 클리닉·연구소를 운영하고 있다. 강 박사는 2005년 국제학회에서 발간한 여성 성의학 교과서의 공동집필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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