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ps://m.health.chosun.com/svc/news_view.html?contid=2006051656001″ target=”_blank” rel=”noopener” class=”source-link”>조선일보 원문

불과 20년 전만해도 하나만 낳아 잘 기르자던 가족계획. 우리 사회는 어느덧 심각한 저출산의 위기에 봉착했다. 경제적 과부담 때문에 임신을 꺼려한다는 현실이 참으로 딱한데, 임신의 두려움이 성기능에 악영향을 미치므로 성의학 관점에서 더욱 안타까운 일이다.

필자의 스승이자 킨제이 성 연구소의 소장을 역임했던 반크로프트(Bancroft)박사가 제시한 dual control model에 따르면 성기능은 심리적으로 다양한 흥분∙억제요소에 의해 영향을 받는다. 해당 억제요소 중에 임신∙성병에 대한 공포 등 성행위가 초래할 결과에 대한 두려움도 성기능을 저해하고 자연적인 흥분반응에 악영향을 미친다.

특히 임신에 대한 공포는 성적으로 왕성한 젊은 나이에 성흥분의 저해요소가 된다. 그런 면에서 임신 걱정이 적은 중년의 남녀는 해방된 면이 있다. 임신걱정과 관련하여 젊은 부부가 자주 질문하는 것이 바로 쿠퍼액에 따른 임신위험이다.

원래 쿠퍼액이란 남성이 적정한 성흥분에 도달하면 여성의 분비액처럼 나오는 아주 맑은 소량의 액체다. 그 기능적 의미는 오르가즘에 따른 사정에 앞서 정액이 사출되는 통로를 적절히 윤활시키고 보호하며 잡균들에 대한 방어능력도 있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이 쿠퍼액에 정자가 일부 포함될 수 있다며 임신 위험을 경고하다보니 성행위는 더욱 불안해진다. 하지만, 간혹 쿠퍼액에 포함될 수도 있는 정자의 수로 실제 임신될 확률은 극히 미미하다.

이 쿠퍼액의 위험보다 콘돔없이 성행위를 하던 남녀가 오르가즘에 가까우면 삽입한 채로 꾹 참고 재차 피스톤 운동을 반복하다 정 못 참을 때 급히 빼서 사정하는 습관이 더 임신위험이 높다. 이렇게 질내에서 꾹 참을 때 새는 정액의 정자수는 쿠퍼액에 포함된 정자수와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많다. 따라서 쿠퍼액에 따른 임신위험보다 삽입상태로 참는 방식에서 새나오는 정자수를 더 조심해야 한다. 즉, 쿠퍼액으로 임신확률이 높다는 것은 다소 과장된 얘기고, 그 정도의 정자수로 임신이 된다면 불임으로 고생하는 남성환자가 없을 것이다. 그래도 쿠퍼액 임신이 두렵다면 성행위 초기부터 콘돔을 끼면 그만이다.

올바른 성의학 관점에서 보자면, 쿠퍼액은 성흥분의 지표 정도로 보면 된다. 특히 자위를 하는 남성의 경우 쿠퍼액도 비치기 전에 사정하는 것은 요도에도 안 좋고, 다른 성기관에도 안 좋으며 성건강에 안 좋고, 너무 빠른 사정을 유도하는 반복된 자위는 조루의 원인도 한다. 급하게 먹는 밥은 체하기 마련인데, 자위나 성행위를 할 때는 쿠퍼액이 충분히 비친 후, 즉 신체가 충분한 흥분반응상태에서 오르가즘에 도달하는 것이 옳다. 성감과 성흥분이 점점 상승하는 것을 차분히 느끼면서 오르가즘까지 가는 것이 올바른 성반응의 순서다. 이것이 남녀의 건강한 성반응을 유도하고 성기능을 정상적으로 유지하는 바람직한 방법이다.

성행위 초기부터 콘돔 착용 등 적절한 피임에 익숙해지고 여러모로 준비가 된 상태의 임신은 부부에게 참으로 커다란 축복일 수 있다. 임신이 사랑의 결실로서 마음 놓고 아이를 기를 수 있는 그런 날이 빨리 왔으면 하는 것이 가정의 달에 갖는 희망이다.

조선일보 : 2006. 5월 17일

서울대 의대 출신 전문의(醫) 부부. 한국인 의사 최초로 미국 킨제이 성 연구소와 보스턴·하버드 의대에서 정신과·비뇨기과·산부인과 등 성(性) 관련 분야를 두루 연수, 통합적인 성의학 클리닉·연구소를 운영하고 있다. 강 박사는 2005년 국제학회에서 발간한 여성 성의학 교과서의 공동집필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