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의대 출신 전문의(醫) 부부.
1년 전 40대 초반에 늦깎이 아빠가 됐다고 펄쩍펄쩍 뛰며 기뻐했던 K씨. 노총각이 띠동갑 아내와 결혼한다며 부러움 반 우려 반의 시선을 받았던 그에게 허니문 베이비인 첫아이는 그야말로 행복의 결정체였다.
“아, 그때야 기분 끝내줬죠. 그런데 제게 이런 시련이 올 줄 누가 알았겠습니까?”
출산 3개월 만에 성행위를 시도했는데 아내가 아프다고 호소하는 바람에 성생활이 뚝 끊겼다는 것이다. 당시에도K씨는 필자에게 상담을 했고, 출산 직후와 모유 수유 때 여성은 흔히 성교통을 겪는다고 답했다. 수유 중에는 ‘프로락틴’이라는 유즙분비 호르몬이 증가하는데, 이것이 성호르몬을 억제해 성욕이 떨어지고 여성의 질 내부가 성행위를 견디기 어려울 만큼 연약해진다. 그 말을 듣고 K씨가 반년을 더 참았는데 그의 아내는 여전히 성행위를 기피한다는 것이다.
“제가 하도 불만을 토하니까 아내가 마지못해 응하기는 해요. 그런데 하나도 안 좋은 표정에다가 아프다고 인상까지 찌푸리는 거예요.”
K씨는 출산 뒤 아내의 질이 커진 것 같다고 했다. 자연분만에 회음부 절개술을 받았던 K씨의 아내를 검진했더니 질 근육의 탄력성과 감각신경이 극도로 훼손되어 있었다.
출산으로 인해 여성의 질 근육이 훼손되면 성행위 때 성기가 적절하게 밀착되기 어렵다. 그 때문에 성행위의 즐거움이 줄고 흥분할 때 나오는 분비액도 감소한다. 흥분반응의 극치인 오르가슴에 도달하기도 어려워진다. K씨의 아내처럼 질 근육이 손상된 여성들에겐 즐거움을 느낄 수 없는 성행위가 노동처럼 느껴진다. 질 근육이 손상되면 요실금의 위험성도 높아지고 성행위를 할 때 질에서 방귀 같은 소리가 나기도 한다. 밀착력이 떨어지면 상대 남성도 성행위 때 성감이 떨어지는 느낌을 받는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질 근육의 탄력성은 제쳐두고 질의 크기를 무조건 줄이는 시술을 하는 경우도 있는데, 그리 과학적이라 할 수 없다. 애초에 질은 근육에 둘러싸인 항문처럼 크기가 정해져 있지 않은 기능성 공간일 뿐이다. 남녀 모두 질의 크기가 커졌다고 느끼는 경우는 대부분 질 근육의 탄력성이 떨어진 것이다. 느슨해진 질 근육의 탄력성을 회복시키기 위해 바이오피드백 등 재활치료를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케겔운동을 꾸준히 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출산 뒤 아기를 키우느라 몸과 마음이 힘들어서 성행위를 기피하는 경우도 있지만, 성기능이 손상된 경우가 더욱 많다. 만약 자녀양육 부담이 줄었는데도 성행위를 계속 기피한다면, 성교통이나 성기능 손상에 따른 성적 즐거움의 감퇴 때문이 아닌지 검진을 해보고 결과에 따라 재활치료를 받을 필요가 있다.
사랑스러운 아내가 성행위를 기피한다고 나를 더 이상 사랑하지 않는 것이 아닌가, 혹시 우선순위에서 아이에게 밀린 것 아닌가 염려한다면 소심한 남편이다. 내 아내가 사랑하는 아이를 낳다가 영광의 상처가 생긴 것은 아닌지 함께 고민해보는 것이 바람직하다.
강동우·백혜경 성의학 전문가
한국인 의사 최초로 미국 킨제이 성 연구소와 보스턴·하버드 의대에서 정신과·비뇨기과·산부인과 등 성(性) 관련 분야를 두루 연수, 통합적인 성의학 클리닉·연구소를 운영하고 있다. 강 박사는 2005년 국제학회에서 발간한 여성 성의학 교과서의 공동집필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