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의대 출신 전문의(醫) 부부.
전장에서 조세핀을 만날 날을 학수고대하던 나폴레옹은 그녀의 독특한 체취를 그리워하며 편지를 썼다. 또 영국의 에드워드 7세는 여름날 여인에게 두꺼운 옷을 입혀 산책을 시킨 다음, 그 땀냄새를 즐기며 관계를 가졌다고 한다.
후각은 정서반응 및 기억과 밀접하게 관련돼 있다. 기억을 관장하는 뇌의 변연계 부위와 후각을 관장하는 뇌 부위가 서로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특징적인 냄새가 동반되면 기억이 더 오래가고 정서적인 반응도 더 강렬해진다. 어린 시절 어머니의 체취를 떠올리면 마음이 안정되는 것도, 특정한 향수 냄새를 맡으면 과거의 연인이 기억나는 것도 그 때문이다.
킨제이 연구소에서 필자와 함께 일했던 영국 옥스퍼드대 심리학과 그레이엄 교수는 여성들이 시각적인 자극보다 남성의 스킨로션이나 향수에 성적으로 더 흥분한다는 사실을 밝혀낸 바 있다. 심지어 정자에도 냄새를 인지하는 화학센서가 있어서 난자를 향해 돌진한다는 마르크스퍼 박사팀의 논문이 ‘사이언스’지에 발표되기도 했다. 그리스·로마 시대에 전쟁터로 나가는 애인에게 올리브 잎을 보냈던 것도 그 냄새가 여인들의 체취와 비슷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성을 유혹하고 성 행동을 자극한다는 페로몬도 후각과 관련 있다. 몸베르츠 박사는 페로몬 수용체의 유전자를 인간의 후각세포에서 확인하고 냄새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여러 연구에서 페로몬은 신체에서 분비되는 땀의 성분과 관련 있다고 밝히고 있다. 시카고 대학의 매클린턴 박사팀은 땀이 밴 남성의 티셔츠에 여성들이 어떻게 반응하는지를 연구했는데, 아버지의 체취에 가까운 냄새를 여성들이 가장 선호한다는 결론을 얻었다. 즉 익숙하고 친밀감을 주는 체취에 더 끌린다는 얘기다.
사랑하는 사람에게서 느껴지는 향기는 성적 흥분에 좋은 자극제가 될 수 있다. 상대와의 친밀감이라는 지속적인 정서반응에는 은은하고 일관된 체취가 더 좋다. 여기에 자신의 체취와 잘 어울리는 가벼운 향기를 보태는 것은 금상첨화다. 향수나 화장품을 선택할 때 비슷한 계열에서 약간의 변화를 주는 수준으로 일관성을 염두에 두는 것이 나의 존재를 각인시키는 데는 더 효과적이다.
한편 색깔과 강도를 평소와 달리하는 향수는 매너리즘에 빠진 성생활에 활력을 줄 수
있다. 안정된 패턴으로 가다가 가끔 톡 쏘는 것이 더 히트 칠 수 있다는 뜻이다. 다만 지나치게 강렬하고 급격한 변화는 오히려 역효과를 내기도 한다.
산해진미도 퀴퀴한 냄새가 나는 방에서 먹으면 맛있을 리 없다. 매일 그 나물에 그 밥이라고 불평하지 말고, 향신료를 살짝 곁들이면 음식이 더 맛깔스럽다. 오늘 밤엔 아내를 위해, 남편을 위해 부드러운 향수도 준비하고, 상대에게 나의 존재와 사랑을 각인시킬 수 있는 나만의 향기를 만들어보자.
강동우·백혜경 성의학 전문가
한국인 의사 최초로 미국 킨제이 성 연구소와 보스턴·하버드 의대에서 정신과·비뇨기과·산부인과 등 성(性) 관련 분야를 두루 연수, 통합적인 성의학 클리닉·연구소를 운영하고 있다. 강 박사는 2005년 국제학회에서 발간한 여성 성의학 교과서의 공동집필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