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 원문

애가 아직 안 자나 봐.”

“아, 뭐 어때? 문 잠갔잖아. 정말 김 다 새게 자꾸 왜 이래.”

K씨 부부는 성행위 중에 자주 불평을 주고받는다. K씨의 아내는 성행위를 하면서도 뭔 잡생각이 그리 많은지 분위기를 깨뜨리기 일쑤다. K씨의 아내가 일부러 그러는 건 아니다. 성행위 중에 자신도 모르게 집중이 안 되기 때문이다.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부인 로라 여사가 즐겨 시청했다는 미국 드라마 ‘위기의 주부들’에도 비슷한 장면이 나온다. 극중 인물인 브리는 깔끔한 살림꾼 주부다. 그런 브리는 남편과 성행위 중 주변 물건이 흐트러지자 도중에 손을 뻗어 물건을 가지런히 정리한다.

K씨 부부나 브리의 속사정은 학자들의 동물실험에 작은 힌트가 숨어 있다. 열심히 교미 중인 한 쌍의 쥐 옆에 치즈 조각을 뒀더니, 수컷 쥐는 아랑곳 않고 교미에 열중하는 반면, 암컷 쥐는 교미를 계속 허용하지만 치즈를 흘깃흘깃 바라보며 산만해지더란 것이다.

암수의 이런 차이에 대해 수컷은 오르가슴을 느껴야만 정자가 방출돼 종족 번식이 되므로 성흥분에 더 몰입한다는 해석이 있다. 반면 암컷은 성흥분이 부족해도 난자는 자연배란이 되고, 또 임신 후 생존해 자손을 키워야 하는 본능 때문에 성행위에 몰입하기보다 주변환경을 경계하고 살피게 만든다는 것이다.

물론 여성의 불감증 문제를 이런 단순한 관점에서 다 해석할 수는 없다. 인간의 성행위는 단순히 종족 번식의 의미만이 아니라 쾌락과 사랑의 의미도 갖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의학적인 잣대를 대보면 K씨의 아내는 불감증, 즉 명백한 성기능장애다.

여성의 불감증엔 다양한 원인이 있다. 성흥분에 집중과 몰입이 안 되는 불감증이 꽤 있고, 이외에도 호르몬이나 질근육의 탄력성 등 신체 원인도 있으며, 복용 중인 약이 오르가슴을 저해할 수도 있다. 이런 다양한 원인을 찾아 각자 그에 맞는 맞춤 치료를 해야지, 단순히 성기를 어떻게 바꾼다고 불감증이 좋아지는 것은 아니다.

K씨의 아내처럼 성흥분에 집중하지 못한다면 의학적으로 이에 집중하는 성감초점훈련과 같은 성 치료 기법이나 약물 치료를 병행할 수 있다. 또한 산만한 여성 중에는 남편의 만족에 너무 신경 쓰다가 본인의 성흥분을 떨어뜨리는 경우도 있다. 분위기를 방해하는 요소가 있다면 과감히 배제하고 성감에 좀 더 ‘이기적’으로 집중할 필요가 있다. 성행위 때는 주변의 치즈 조각 정도는 염두에 두지 않는 것이 남녀의 또 다른 성 차이를 극복하는 열쇠라 하겠다.

강동우·백혜경 성의학 전문가
서울대 의대 출신 전문의(醫) 부부. 한국인 의사 최초로 미국 킨제이 성 연구소와 보스턴·하버드 의대에서 정신과·비뇨기과·산부인과 등 성(性) 관련 분야를 두루 연수, 통합적인 성의학 클리닉·연구소를 운영하고 있다. 강 박사는 2005년 국제학회에서 발간한 여성 성의학 교과서의 공동집필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