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80203 입력
어느날 새벽녘에 우연히 남편의 모습을 보고 그는 극도의 분노감을 느꼈다. 남편이 컴퓨터 모니터에 빨려들어갈 듯 자위에 몰두하고 있었던 것이다. 피곤해서 성욕이 없다며 부부관계를 피해왔던 터라 그 모습이 짐승처럼 여겨졌다고 했다.
평소 H씨의 남편은 길거리에서 눈에 띄는 여성만 보면 시선을 떼지 못하는 스타일이었다. TV의 미인대회는 빠짐없이 시청하며 심사평을 늘어놓다가 아내의 잔소리를 들을 때가 한두 번이 아니었다.
여성보다 남성이 시각적 자극에 더 민감한 것은 여러 연구에서 확인돼 왔다. 남성의 성흥분에 가장 강렬한 요소가 시각적 자극이다. 인터넷에 버젓이 떠도는 ‘야동’에, 과감해진 여성의 노출패션에 남성은 쉽게 유혹된다.
인간만 그런 것이 아니다. 동물학자인 월렌 박사에 따르면, 수컷 원숭이는 교미가 가능한 암컷을 보거나 다른 수컷과 암컷의 교미를 보게 되면 테스토스테론 수치가 급증한다고 한다. 테스토스테론이 상승하면 본능적으로 수컷은 암컷을 찾아 헤맨다.
길 가는 예쁜 여자를 넋놓고 쳐다보거나, 여성이 보기엔 천박하기 그지없는 포르노에 남성들이 열광하는 이유도 이런 측면이 있다. 시각적 자극을 통해 테스토스테론이 상승된 ‘열광’ 상태를 남성들은 평소보다 활력 넘치고 남성다운 건강 상태라고 느낀다.
이런 상승모드에 올랐을 때 성욕을 해소하는 간편한 해결책으로 자위를 선택할 수도 있다. 몇 세기 전까진 많은 의사들조차 자위를 건강에 해로운 것이라 여겼다. 하지만 현재의 의학적 견지에서 이는 터무니없는 생각이다.
60년 전 킨제이 박사가 인간의 성을 과학적으로 연구한 이후 자위는 자연스러운 성생활의 한 형태로 여겨진다. 남녀 대다수는 자위를 하며, 이는 결혼 후에도 마찬가지다. 따라서 배우자가 자위를 가끔 하는 정도라면, 이를 외도처럼 비난하는 것은 지나치다 하겠다. 자위는 불감증 여성이나 조루·지루 등의 성기능 문제를 가진 남성들에게 올바른 성흥분 반응을 이끌기 위해 치료목적으로도 권고된다.
그렇다고 모든 자위가 정상적이라는 뜻은 아니다. 부부 사이의 성생활이 함께 이뤄진다는 전제 아래, 자위를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봐야 한다는 얘기다.
부부생활은 ‘섹스리스’이면서 자위에만 몰두한다면, 이는 부부관계나 성기능의 심각한 적신호이자 치료대상이다. 또한 야동에 집착해 광적으로 수집한다면 중독이다. 상대방에게 야동의 장면대로 따라 하자고 매번 강요하거나, 이로 인해 상대의 수치심을 유발할 경우 등도 치료 받아야 할 상황이다.
하지만 가끔씩 하는 남편이나 아내의 자위를 목격했다고 그것을 맹비난해선 안 된다. 알면서도 모른 척 눈감아 주는 것이 부부간의 예의일 수 있다.
서울대 의대 출신 전문의(醫) 부부. 한국인 의사 최초로 미국 킨제이 성 연구소와 보스턴·하버드 의대에서 정신과·비뇨기과·산부인과 등 성(性) 관련 분야를 두루 연수, 통합적인 성의학 클리닉·연구소를 운영하고 있다. 강 박사는 2005년 국제학회에서 발간한 여성 성의학 교과서의 공동집필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