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의학 전문의 | 제65호 | 20080608 입력

그런데 그가 정신의학의 역사에서도 중요한 인물이었다는 것은 잘 알려져 있지 않다.

사실 그는 프로이트의 정신분석 이론 확립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다섯 살의 어린 환자 ‘꼬마 한스’였다. 꼬마 한스는 말[馬]을 너무 두려워한 나머지 외출조차 기피했던, 소위 ‘말 공포증’ 환자였다. 정신분석학자였던 한스의 아버지 막스는 아들의 문제를 프로이트와 논의했다. 프로이트는 한스의 사례로부터 ‘원초적 장면(primal scene)’이란 개념을 세우는 단서를 얻게 된다.

원초적 장면이란 어린아이가 목격한 부모의 성행위를 말한다. 프로이트는 신경증 환자의 상당수가 이러한 원초적 장면을 경험했던 것을 보고 그 중요성을 제기했다.
아이가 부모의 성행위를 목격하는 것은 백해무익하다. 아직 성(性) 개념이 정립되지 않은 미성년 아동이 어른의 성행위를 보면 엉뚱한 해석과 불안을 느낄 수 있다. 아이의 눈에 성행위는 남성이 공격적인 가해자로, 여성이 수동적인 피해자로 비칠 수 있다. 어머니가 아버지로부터 공격받는다는 폭력성이나 혐오감은 아이에게 성에 대한 뿌리 깊은 오해와 성 기피를 불러 일으킬 수 있다.

필자는 성행위 때 행여 아이가 방으로 불쑥 들어올까 두려워 성 흥분에 몰입하지 못한다는 부부를 자주 본다. 심지어 배우자와 성행위를 하는 것이 아이를 등한시하는 것 같다는 죄책감에 빠진 성 기피증 부부들도 있다. 어떤 남편은 잠든 아이를 방바닥에 내려놓고, 침대 위에서 성행위를 하려 든다. 하지만 이 또한 원초적 장면에 노출될 위험성이 커 아이에게 좋지 않고, 부부에게도 성 흥분의 방해요소가 될 뿐이다.

위의 사례에서 보듯이 자녀가 부부관계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소중한 아이겠지만 부모·자녀 사이에 적절한 경계선을 긋는 것이 현명하며, 가족 구성원 간의 건강한 ‘분리’는 아이의 정서 발달에도 중요하다. 그 경계선이 모호하고 뒤엉키면 아이의 독립성은 훼손되고, 지나친 의존성을 초래할 수 있다.

부부의 성생활을 아이 때문에 피할 수는 없다. 부부와 아이 모두를 보호할 안전장치를 두면 된다. 너무 어려 꼭 함께 자야 한다면 성행위 때만큼은 잠시 아이를 침실 밖으로 옮겨야 한다. 아이가 밤중에 불쑥 문을 열고 들어올 나이라면 성행위 중에는 과감히 방문을 잠그는 게 올바른 부모의 모습이다.

“엄마·아빠, 방문 잠그고 뭐했어?”라고 묻는 아이의 천진난만한 질문에 너무 부끄러워할 필요는 없다. 오히려 엄마·아빠 사이엔 아름다운 비밀이 있고 그 사랑의 결실로 자신이 태어났으며, 여전히 엄마·아빠는 사랑하고 있다는 은근한 암시는 아이에게 성의 고귀함을 가르치는 기회가 될 수 있다. 다만 이는 암시로 끝나야 한다. 직접적인 성행위의 노출은 부부와 자녀 모두에게 바람직하지 않다.

서울대 의대 출신 전문의(醫) 부부. 한국인 의사 최초로 미국 킨제이 성 연구소와 보스턴·하버드 의대에서 정신과·비뇨기과·산부인과 등 성(性) 관련 분야를 두루 연수, 통합적인 성의학 클리닉·연구소를 운영하고 있다. 강 박사는 2005년 국제학회에서 발간한 여성 성의학 교과서의 공동집필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