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실만 가면 함흥차사?


중앙일보 2007년 4월 1일 보도

중앙SUNDAY

며칠 전 동창 모임이 있었다. 맥주잔을 기울이며 얘기꽃을 피우다가 성 의학 전문의인 필자 때문인지 자연스럽게 성 문제로 화제가 옮겨갔다.

“어디 다들 성생활은 문제가 없나 관상 한번 보자. 누구 성기능이 떨어질까?”
워낙 막역한 친구 사이라 그렇게 운을 떼자, 다들 한번 맞혀보라면서도 표정은 은근히 진지했다.
“넌 당장 뱃살을 빼야 하고, 너는 혈압 약을 바꿔야겠다. 골초는 참 힘들다.”
“너 점집 차려도 되겠다!”
몇몇을 찍어 그들의 성기능 수준을 척척 알아 맞혔더니 더욱 귀를 쫑긋한다.
분위기가 달아오르자 얼른 볼일부터 보고 와서 본격적으로 얘기를 해보자며 우르르 화장실로 향했다. 그런데 A가 유독 늦다. 직업병이 발동했다. 자리로 돌아오는 A에게 다짜고짜 물었다.
“전립선에 문제가 있냐?”
A가 화들짝 놀란다.
“아니, 전립선이 소변 보는 것 말고도 성기능에도 영향을 미치냐? ”
사실은 얼마 전부터 소변 줄기에 힘이 없고 시간이 많이 걸리더니 요즘엔 발기가 잘 안 된다고 하소연했다. 실제로 화장실에서 볼일을 보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면 성기능 장애가 있을 가능성이 제법 있다.

사람들은 과도한 흡연이나 음주, 복부비만 스트레스ㆍ과로ㆍ불면ㆍ고혈압ㆍ당뇨, 각종 약물 등이 남녀의 성기능에 악영향을 끼치는 것에 대해서는 비교적 잘 안다. 그런데 의외로 전립선이 남성의 성생활을 가로막는다는 사실은 놓치는 경우가 많다. 나이가 들면 전립선염ㆍ전립선비대증,ㆍ전립선암 등이 나타나 남성을 괴롭힌다.
전립선 문제가 배뇨 장애뿐만 아니라 조루나 발기부전 등을 야기한다는 보고는 수없이 많다. 전립선은 방광 아래에 붙은 밤톨만 한 크기의 조직이다. 그 가운데를 요도가 뚫고 지나간다. 전립선이 붓거나 염증이 생기면 전립선을 통과해 음경으로 향하는 신경이 악영향을 받는다.

자주 소변을 봐야 하는 빈뇨, 갑자기 참을 수 없을 정도로 소변이 마려운 절박뇨 증세가 생기거나 소변을 봐도 시원하게 나오지 않거나 덜 누고 남은 듯한 느낌이 들면 전립선 이상을 의심해야 한다. 회음부에 불쾌감이 있거나 성관계 후 통증을 느낄 때도 마찬가지다. 전립선에 문제가 있다 싶으면 정확한 검진을 받고 치료를 시작하는 것이 좋다.
“과음은 전립선에도 해로워. 술 줄여야 해” 필자의 선동(?)에 모처럼 만난 동창들은 절주를 하기로 했다. 성병에 노출될 만한 무분별한 성접촉도 전립선염을 일으키니 주의해야 한다. 너무 오래 앉아 있는 것도 전립선에 좋지 않다. 따뜻한 물에 자주 좌욕을 하고 건전한 성생활로 정액을 적절히 배출하는 것은 전립선을 건강하게 한다. 토마토ㆍ브로콜리ㆍ마늘 등은 전립선에 좋은 음식들이다. 필자는 매일 아침 토마토를 갈아 마신다고 동창들에게 귀띔했다.

“친구야, 그 밤톨만 한 전립선이란 녀석을 무시하면 큰코다친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