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거워야 할 성생활이 점점 힘들고 고통스러워졌고 너무 오랫동안 피스톤 운동을 지속하니 아내도 아프다며 힘들어했다. 점점 성관계를 피하게 되면서 P씨 부부는 섹스리스에 빠져들었다.

“도대체 너희들은 언제 손자를 안겨줄거냐? ”
양가 부모님들도 성화였다. 불임문제로 부부가 검사를 받아봤지만 정상이었다. P씨가 사정을 못하니 임신이 안 되는 것일 뿐이었다. P씨의 머릿속엔 ‘사정을 해야 된다. 임신을 해야 된다’는 생각이 지배했다. 그에게 성생활은 사랑을 나누는 즐거움보다는 부담스러운 노동이 된 것이다.

“남편이 저를 진심으로 사랑한다면 이럴 수가 있을까요?”

결국 P씨와 함께 병원 문을 두드린 아내는 절망감에 빠져 있었다. 남편이 사정하지 않는 것은 아내의 성적 매력이 떨어져서 그렇다고 자책도 했다. 여자도 노력해야 한다는 말에 야한 속옷이며 향수까지 별별 방법을 다 써봤지만 효과가 없다며 눈물을 흘리는 아내를 보며 P씨는 “나도 당신에게 내 진심을 보여주고 싶다”며 고개를 떨군다.

이처럼 발기는 잘 되는데 오르가슴을 느끼지 못하고 사정을 못하는 것을 ‘지루’, 즉 남성 오르가슴 장애라고 한다. 간혹 당뇨나 신경손상 등 신체적인 원인도 있지만, 지루는 대부분 심리적인 원인이 크다.

지루 환자들은 대체로 ‘오래 해야 상대가 만족할 것이다’라는 성적 완벽주의나 성행위에 강박적인 불안을 가진 경우가 많다. 또 여성에게 무의식적인 두려움·적대감이 있거나 정신분석학적으로 아내를 어머니와 동일한 대상으로 봐서 성흥분이 억제되기도 한다.

지루 환자들은 성흥분 감정을 그대로 표현(사정)하지 못하는 것이 문제다. 이들은 일반적인 상황에서도 감정표현이 서툴고 제한적인 경우가 많다. 지루는 다른 성기능장애에 비해 치료가 까다롭다. 심리적인 문제라고 해서 단순히 마음을 편히 갖는다고 고쳐지는 병이 아니다. 성치료를 통한 상당한 적응단계를 거쳐야 한다.

성행위에서 시간을 오래 끈다고 무조건 여성이 즐거워할 것이란 생각은 남성들의 착각일 뿐이다. 정력남으로 유명했던 변강쇠도 알고 보면 남몰래 속을 태우던 지루 환자였는지도 모른다.

서울대 의대 출신 전문의(醫) 부부.

한국인 의사 최초로 미국 킨제이 성 연구소와 보스턴·하버드 의대에서 정신과·비뇨기과·산부인과 등 성(性) 관련 분야를 두루 연수, 통합적인 성의학 클리닉·연구소를 운영하고 있다. 강 박사는 2005년 국제학회에서 발간한 여성 성의학 교과서의 공동집필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