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학교 앞에 이상한 아저씨가 나타나서….
”
속칭 ‘바바리맨’으로 불리는 노출증 환자로 인해 등하굣길의 청소년들이 심심찮게 고통을 받는다. ‘하루 종일 불쾌해서 점심도 못 먹었다’ ‘학교 가기 싫다’ 등 혐오증이나 불안증에 시달리기도 한다. 피해 청소년들은 “어른들에게 알려도 마땅한 해법이 없다”며 힘들어한다.
바바리맨은 불특정 여성 다수를 대상으로 자신의 상징물을 갑자기 꺼내 보이고 상대 여성들이 비명을 지르면 쾌재를 부르며 도망친다. 정상적인 성생활을 즐기지 못하고 이런 병적인 유희를 통해 성욕을 충족시키는 것이다. 이러한 노출증은 성도착증의 한 형태다. 누구에게나 있을 수 있는 가벼운 수준의 ‘노출 욕구’와 달리 ‘병적 노출증’은 그 대상이 심적으로 피해를 보기 때문에 문제가 된다.
바바리맨의 행동은 상대 여성들에게 심한 성적 수치심이나 심적 타격을 주므로 엄벌받아 마땅한 성폭력이며 치료받아야 할 질환이다. 이에 따른 피해자의 고통이 형상화되지 못하다 보니, 설령 붙잡혀도 솜방망이 식 처벌이 고작이라는 현실은 우리 사회가 반성해야 할 대목이다.
바바리맨의 실제 속을 들여다보면 참으로 별것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사람 덩치만한 박을 쪼갰더니 눈곱만한 씨앗이 전부더라’는 비유가 딱 맞다. 그런데 그들을 두고 엄청난 성적 욕구를 주체 못하고 남성성이 워낙 강해서 공격적으로 성욕을 표현한다고 잘못 이해하는 경우가 있다. 이런 노출증 환자들이 무섭고 힘센 존재인 것처럼 부각되지만 사실은 그 반대다.
노출증 환자들은 대개 정상적인 인간관계, 특히 이성관계에 대한 기피증이나 불안증이 많다. 대인관계 기술도 부족해 자신의 성적 욕구를 정상적인 이성관계를 통해 풀지 못하는 등 극도의 열등감에 사로잡힌 존재다. 사랑받고자 하는 욕구, 관심을 얻으려는 욕구, 과시 욕구 등이 충족되지 못하다 보니 엉뚱한 충동에 사로잡히는 것이다.
그들은 자신의 성기를 노출한 그 순간만큼은 자신이 수퍼맨이 된 것 같은 착각과 희열에 빠진다.
내면에 깔린 엄청난 열등감 외에 성기능 장애를 가진 경우도 있다. 정상적인 성관계에서 실패를 거듭하고 성욕을 못 느끼다 보니, 극도로 위축돼 노출증으로 폭발하기도 한다. 바바리맨 정도의 노출증을 가진 성도착증 환자들은 그들이 갖고 있는 열등감과 충동 조절 문제, 내재된 우울증 등에 대해 심리치료와 약물치료, 정상적인 이성관계로 회복시키는 재활치료를 받아야 한다.
일상에서 바바리맨과 마주치면 그들의 내적 병리현상을 잘 이용하면 쉽게 대처할 수 있다. 연예인 박경림씨가 한 토크쇼에서 학창 시절 바바리맨과 맞닥뜨렸을 때 뒤로 물러서지 않고 되레 “어쭈, 혼자 신났다 신났어”라고 크게 핀잔을 줬더니 바바리맨이 도망가더라는 경험담을 얘기한 적이 있다. 옆에 동행하는 사람이 있다면 무리 지어 단호한 어조로 몰아세우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또한, 주변 사람들과 함께 고함을 치거나 휴대전화 카메라로 사진을 찍는 시늉을 하는 등 능동적으로 대처하면 이들은 좌절할 수밖에 없다. 다만 혼자일 때는 대적하기보다 가능한 한 사람이 많은 곳으로 피하는 게 바람직하다.
강동우·백혜경 성의학 전문가






